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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 잃은 ‘국가공인 인증제도’
 
서울시민신문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24일 60여일에 걸쳐 진행했던 6개 국가공인 시험검사기관의 시험검사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감사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280개 품목의 시험검사업무에 중점을 두고 실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감사 결과 공인시험기관의 시험검사업무 전반에 걸쳐서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수행된 시험검사 건수가 다수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기용품은 제품마다 전원을 작동한 후 일정한 시간 동안 제품의 온도 상승 시험을 하고 결과값이 기록된 온도기록지를 보관, 관리해야 하지만, 동일한 온도기록지를 복사해서 다른 제품에 재사용한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 공인시험기관에서는 주임연구원 등 5명이 2회에 걸쳐 측정된 유효값을 평균하지 않고 1회만 측정해서 성적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또다른 공인시험기관에서는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연구원 40명이 시험검사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게다가 시험기록지와 발급된 시험성적서 데이터 값을 다르게 기록하거나, 별도의 검토회의 없이 K마크와 Q마크 등의 품질인증을 부여한 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구매계약 체결을 위해 공적유관기관에 제출한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일들은 모두 국가가 시행하는 각종 인증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들이다. 인증제도라는 것 자체가 제품의 안전성, 성능, 품질을 엄격하게 평가해서 합격기준을 통과한 제품에게만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구매자들이 믿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판정하는 기준이 되는 시험검사는 정확하고 공정하게 실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시험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증에 대한 신뢰성은 무너지고, 나아가 인증제도 자체의 필요성이나 당위성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는 없다.

특히 국가가 시행하는 인증제도인 경우에는 두말을 할 나위도 없다. 인증이나 인증제도에 대한 신뢰성이 정부와 국가의 공신력이나 신뢰성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시행하는 인증제도의 근간인 국가공인 시험기관의 시험검사업무가 부실하게, 또 부정하게 실시돼 왔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더욱이 지금은 각종 인증제도가 난립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인증 취득을 위한 시험검사비용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심지어는 시험검사비용과 사후검시비용이 무서워서 인증 취득을 기피하거나, 아예 사업자등록까지 없애버리고 불법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업체까지 부지기수로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증취득과 관련해서 부실, 부정, 허위 시험검사까지 벌어지고 있다면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인증제도이고, 무엇을 위한 인증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이런 인증 시험검사업무의 난맥상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체 감사를 통해서 적발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독기관으로서의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헤서 우리는 차제에 국가인증제도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서 불필요한 인증제도는 과감하게 없애는 대신 미국의 UL과 같이 공신력 있는 단 하나의 국가공인 인증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인증제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실, 부정, 비위, 비리가 발생할 소지는 그만큼 많아지고, 업체들의 고통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기사입력: 2014/07/02 [15:59]  최종편집: ⓒ 서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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